시: 기도하는 자세(성준현)
물어보지 마세요?
말없이 묵묵히
손엔 빈 자루만 들고 가봐야 합니다.
무슨 대화가 필요하겠어요.
어떤 일이든
한 줄로만 조용히 줄 서면 됩니다.
무엇이냐? 고 질문을 한들
무슨 소용이 있겠어요.
머리만 좌우로 흔드는 마음을
이해하시겠습니까?
희망이 있던 없던 원망하지 않고
여러분에게 악을 쓰거나 삿대질하는 것이
부질없는 것 임을 압니다.
이 땅 위에 피어있는
나팔꽃도 나팔꽃이고
크로바는 크로바가 아닙니까?
한 알의 밀알이 썩을 때까지
나는 기도하는 자세로
봄을 기다리겠습니다.
(2014년 현대문예 등용 시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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