문화

시의 세계로(33)

star-star 2024. 4. 23. 01:48

시: 기도하는 자세(성준현)

 

물어보지 마세요?

말없이 묵묵히

손엔 빈 자루만 들고 가봐야 합니다.

 

무슨 대화가 필요하겠어요.

어떤 일이든 

한 줄로만 조용히 줄 서면 됩니다.

 

무엇이냐? 고 질문을 한들

무슨 소용이 있겠어요.

머리만 좌우로 흔드는 마음을 

이해하시겠습니까?

 

희망이 있던 없던 원망하지 않고

여러분에게 악을 쓰거나 삿대질하는 것이

부질없는 것 임을 압니다.

 

이 땅 위에 피어있는 

나팔꽃도 나팔꽃이고

크로바는 크로바가 아닙니까?

 

한 알의 밀알이 썩을 때까지

나는 기도하는 자세로

봄을 기다리겠습니다.

(2014년 현대문예 등용 시)

'문화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시의 세계로(35)  (0) 2024.04.25
시의 세계로(34)  (0) 2024.04.24
시의 세계로(32)  (0) 2024.04.22
시의 세계로(31)  (0) 2024.04.21
시의 세계로(30)  (0) 2024.04.20